[인터뷰] 대한수의사회지 10월호 박용승 지부장님 인터뷰 내용

2021-11-02
조회수 1089

안녕하세요 굿파머스입니다!

오늘은 대한수의사회에서 발간되고 있는

대한수의사회지 10월 호에

박용승 지부장님의 인터뷰가 실렸다는 소식에

인터뷰 내용을 가지고 왔습니다!

아래에서 함께 읽어보시죠!!


Q1.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맨 우측 검은 티셔츠를 입으신 분이 박용승 지부장님 입니다.)

안녕하세요. 박용승이라고 합니다. 건국대학교 수의과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에서 수의사 생활을 하다가, 지금은 라오스에 정착해서 살고 있습니다. 몇 해 전부터 '굿파머스'라는 한국의 농축산 전문 NGO의 라오스 지부장을 맡게 되면서 라오스의 지역개발, 시민사회 협력 프로그램과 관련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라오스는 수도 비엔티안의 국립대학교 농대에 수의학과가 한 곳 있는데(전국에 한군데)모교인 건국대학교 수의과대학과 라오스 국립대 수의학과가 MOU를 맺게 되면서 건대 특임교수로 임용되어 라오스 수의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도 하고 있습니다. 닥터박, 박원장, 박교수, 박지부장 등의 직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


 Q2. 라오스에는 어떻게 가시게 되었나요?

대학교를 졸업할 때쯤, 누구나 그렇듯이 미래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였습니다. 당시 교제하고 있던 현재의 아내와, 미래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그 때 내린 결론은 '한국에서 전문적인 지식을 쌓은 후, 저개발국에서 돕는 삶을 살자'는 것이었습니다. 그 목표를 위해서 10년 동안 돼지, 닭과 같은 산업동물에 대한 필드경험과 사료회사, 동물약품 회사에서 조직문화에 대한 경험을 쌓았습니다. 그리고 휴가 때마다 저희 가족이 필요한 나라를 찾기 위해 여러 나라를 돌아다녔지요. 2010년 처음 라오스에 발을 딛게 되었는데요, 당시 라오스에는 전국의 대학교 내에 수의학과가 없었을 때였습니다.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저희가 라오스를 처음 방문하여 축산 관계자들을 만났던 2010년에는 라오스 내에 가축 전염병이 돌아서 소, 돼지, 닭들이 많이 폐사한 해였습니다. 당연히 저희가 만났던 분들이 라오스에 전염병이 많이 도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저희에게 해 주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라오스로 들어오기로 결심하였고, 그 해에 모든 것을 정리하고 한국을 나왔습니다.


연고도 없이 무작정 라오스로 들어온 저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감사하게도 가나안농군학교 라오스 지부와 연결되면서 한국 NGO 자원봉사자 신분으로 라오스에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그 때 처음으로 수의사의 입장으로 NGO를 보게 되었습니다. 이후 여러 우여곡절 끝에 현재는 '굿파머스' 라는 농축산 전문 NGO의 지부장을 맡게 되었습니다. 라오스와 같은 저개발 국가에서는 소나 돼지, 닭과 같은 가축이 삶에서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가지 이유로 가축을 키우기가 쉽지 않은데요. 이러한 부분을 수의사의 입장에서 조언해주며 도와주고 있습니다. 가축을 기르는데 있어서 질병 없이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서는 수의사의 조언이 반드시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라오스에서는 산업동물(돼지, 닭)에 대한 전문 수의사가 없기에 그 필요성은 더 절실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NGO 활동가로서의 수의사는 전문성과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로 몸으로 뛰어야 하는 고된 일이 많고, 노력에 비해 얻는 금전적인 대가가 적다는 이유로 수의사 활동가가 거의 없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해외에서 저처럼 활동하는 NGO 활동가 중에서 수의/축산과 관련된 활동을 하는 수의사는 제가 유일하다고 알고 있습니다.(수의사이면서 동물과 관련이 없는 활동을 하시는 분은 두 분 계십니다. ^^;)


Q3. 라오스에서 주로 어떤 일들을 하고 계시나요?

저와 아내는 모두 수의사이기에, 비엔티안 내에 소동물 동물병원을 개원하여 운영하고 있고, 국립대학교 농대 수의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NGO활동, 라오스 농임업연구청 산하 축산연구소의 양돈 양계장 컨설팅 경찰견 훈련소 자문 등 라오스에서 수의학과 관련된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NGO와 관련된 일을 간략하게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현재 제가 속해있는 '굿파머스'라는 NGO는 '라오스 비엔티안 지역 농가 소득증대를 위한 친환경 종합 양계사업' 이라는 KOICA의 시민사회협력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협력파트너는 라오스 국립대학교 농대와 그 지역에서 농대와 오랫동안 여러가지 활동을 같이 해 왔던 '밀크포라오'라는 NGO입니다. 활동지역은 농대가 있는 '빡삼마이'라는 마을입니다. 주요 내용은 이 지역에 양계 협동조합을 만들어 농민의 소득을 늘리는 것입니다. 이렇게 써 놓으니 내용이 상당히 건조한데, 이 프로젝트에는 이 지면에 다 넣을 수 없는 많은 이야기들이 숨어 있습니다. 간단히 설명하면 CP라는 대기업이 축산의 모든 이득을 가져가는 라오스의 불합리한 현 구조에서, 소농이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토종닭을 통해 찾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거의 모든 것이 전무한 상황에서, 수년에 걸쳐 토종닭의 품종을 만들어가고 있는 일, 농대 졸업생들, 축산연구소 양계팀과 함께 라오스에 맞는 토종닭 사육 방법을 고민하고 테스트한 후, 농민들에게 가르치는 일 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곡물가격 폭등으로 인한 사료가격의 상승 때문에 가격은 저렴하면서 품질도 좋은 새로운 사료를 만들어 내야하는 도전과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상황 악화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가 등 많은 이야기들이 이 프로젝트 속에 녹아 있습니다.


 Q4. 어떨 때 보람을 느끼시나요?


라오스 시골 농민의 삶은, 그냥 특별할 것 없는 그런 삶입니다. 매사가 여유롭고, 식사도 찹쌀밥에다가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채소나, 물고기 등으로 만든 짜고 매운 반찬으로 간단히 먹고 끝냅니다. 돈 없이도 살 것 같은 그런 모습입니다. 그런데 이들도 TV를 보고, 인터넷을 보고 살고 있습니다. 그 안에는 가지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그렇게 살고 싶은 모습들이 가득 차 있지요.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가진 것이 너무 없기 때문이죠.
저희 프로젝트를 통해서 토종닭을 키우고 처음 출하를 한 노부부에게 이번에 버신 돈으로 무엇을 하고 싶으냐고 여쭤봤더니, 손주 녀석 학용품을 꼭 사주고 싶었는데 이번에 그럴 수 있게 되어서 너무 좋다고 웃으시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이런 분들의 얼굴에 웃음을 드릴 수 있는 이러한 것들이 작지만 소중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5. 라오스에서의 삶은 어떠신가요?

한국을 떠나 라오스에서 생활하며 가장 감사하고 있는 점은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출근할 때 딸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퇴근 후 아이를 픽업해서 저녁 먹고 좀 쉬다가 자고 다음날 일찍 출근하며 딸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는 일상이 반복 되었었습니다. 가족이 편안하게 많은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별로 없었지요. 하지만 해외 생활을 하면서 초창기에는 거의 24시간을 가족이 같이 생활을 했었고, 지금도 많은 시간을 가족과 함께 보내고 있습니다. 라오스는 놀러 갈만한 곳도 별로 없어서 거의 집에서 함께 시간을 보냅니다. 덕분에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금은 가족이 없으면 어떻게 해외에서 지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게 됩니다. 그렇게 가족의 소중함을 매일 느끼면서 살고 있습니다. 참, 저희 집을 든든히 지켜주는 천방지축 말썽꾸러기(개, dog) '루아'와 '강지', 집 안에서 시크하게 생활하며 소소한 행복을 주고 있는 고양이 '미깨와' '네꼬'도 빼놓을 수 없는 저희 식구입니다.^^


Q6. 앞으로 10년 후 어떤 분이 되시길 바라시나요?

지역개발, 시민사회협력프로그램 등은 수의사로서는 매우 생소한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금도 실무를 하면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이 분야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서, 유명한 대학은 아니지만 온라인으로 박사 과정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10년 후에는 어설픈 전문인이 아니라 제대로 된 전문인으로서 더 많은 이들을 돕는 사람이 되길 소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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