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파머스 리포트][굿파머스 리포트 13호] 꿀렁이의 불시착 6편: 꿀렁이의 북한도축환경이야기

2020-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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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파머스 리포트 13호

꿀렁이의 북한도축환경이야기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 소장



이제는 완연한 여름이다. 작년 이맘 때 북한지역에서 발생한 아프리카 돼지열병(ASF)과 관련하여 여기저기 불려 다니던 때가 생각난다. 그때 꿀렁이를 만났으면 북한의 실상을 더 잘 알렸을 텐데… 


나도 북한에서 축산공무원으로 활동 했지만 떠나온 세월이 있어 최근 실상을 너무도 알고 싶었었다. 항상 투명하지 못한 정부 때문에, 국제사회의 신뢰를 잃고, 제제 받고 그래서 더 고생하는 고향사람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저려온다.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꿀렁이가 있는 축사가 보인다. 방역규정을 지켜 외부에 주차를 시키고, 소독하고, 방역복으로 환복하고 들어서니 꿀렁이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좋은 아침 하고 인사하면서 수의사의 시선으로 꿀렁이의 상태를 스캔해보니 건강에 문제는 없는 것 같은데 왠지 기분이 다운되어 있는 것 같았다.

꿀렁이도 나를 반기며 “좋은 아침”하고 인사를 했다. 


나와 꿀렁이는 약속이나 한 것처럼 우리가 함께 이야기를 나누던 축사 한쪽, 나무가 우거진 공지로 같다,


꿀렁이가 나를 근심어린 표정으로 보면서 물었다. 


꿀렁이🐖나는 어떻게 될까?

전문가👨‍⚕️왜? 무슨 일이 있어?

꿀렁이🐖음 오늘 마지막 검사결과가 나왔는데 사장님과 수변사람들의 눈빛이 심상치 않아… 각오는 했지만 정작 닥친다고 생각하니 많이 떨려…


나도 꿀렁이의 처리에 관해서 이미 짐작은 했지만 이렇게 빨리 오리라고 생각지 못했다. 


전문가👨‍⚕️: 좀만 기다려


나는 급한 걸음으로 사무동으로 달려가 사장님을 만나 검사결과를 보았다. ASF, 구제역 등 중요 질병에 대해서는 음성판정이 나왔지만 체내 세균과 기생충 보유수가 기준치 보다 높아 다른 가축들에 옮길 수 있는 우려가 있었다.


한국에 넘어와 질 좋은 사료와 청결한 환경에서 체중도 늘고 많이 좋아졌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심란한 나의 표정을 보고 꿀렁이도 짐작을 했는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오늘은 북한의 도축장 이야기를 들으려고 했는데 설상가상이다. 꿀렁이와 나는 약속이나 한 것처럼 북쪽하늘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그래도 꿀렁이가 먼저 침묵을 깨면서 말을 걸어왔다. 


꿀렁이🐖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할까?

전문가👨‍⚕️: 북한의 도축장이야기를 해줘, 그리고 수의방역이야기는 담 주에 하자

꿀렁이🐖그래 알았어, 여기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가 아는 북한은 도축장이 별로 없어, 있다고 해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어, 마음먹으면 집이나 우물가, 그리고 강가에서 누구나 도축할 수 있는 것이 그곳이니까…


이렇게 서두를 뗀 꿀렁이는 특유의 몸짓으로 꿀렁거리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북한의 도축환경

북한의 축산사육환경이나 수의방역환경이 그렇게 원만하지 못하지만 특히 열악한 것은 도축환경이다. 현재 북한의 전 지역에서 무질서한 도축제도는 가축질병의 확산의 거점으로 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건강한 가축의 도살을 위생적으로 하기 위하여 식용으로 할 가축은 일정한 시설을 갖춘 도축장에서 도살하여야 한다. 도살 전에 전문검사를 실시하고 도살 후에 도체(屠體)에 대한 검사를 실시하여 식용으로 가능한지의 여부를 판정해야 한다.


우리나라 축산법상 도축장은 계류 ·생체검사 ·작업실 ·소독 ·격리 ·오물처리시설을 구비하게 되어 있으며, 작업실에는 도살 ·내장처리 ·원피처리 등 각 부분별리 분리되어 진행되어야하며 도살은 소 ·말 도살과 기타 가축도살을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가축도살장의 입지조건으로는 물이 풍부하고 교통이 편리하며 오물의 처리가 잘되는 곳이 좋으며, 또 주거지역에서 멀리 떨어져 공해가 발생하지 않는 곳이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가축을 위생적으로 처리하여 양질인 식육을 생산하기 위해서 2009년 5월 8일 축산물 가공처리법을 제정하여 도축장의 소유자 또는 관리자에 대하여 도축장의 내외를 언제나 청결하게 하고 오물 및 폐기물 처리를 제대로 하고 쥐, 곤충의 방제에 노력하여 공중위생상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지역에는 축산물 가공처리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축산물의 가공기준과 성분규격, 위생등급에 관한 기준 등을 고시하지 않고 있으며, 축산물품질평가사도 존재하지 않고 종합시장수의방역초소에서 수의사들은 일반적 상식으로 먹을 수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하고 있다.


아래의 사진은 북한의 시장에서 수의사가 축산물품질평가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사진의 출처는 북한이 자기 제도의 우월성을 국제사회에 소개하기 위한 목적으로 출판·보급하는 화보 “조선”이며, 장소는 평양시 중구종합시장이다. 사진 상에는 흰 가운을 입고, 현미경으로 검사하는 것이 보여 지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저자의 체험에 의하면 보통은 살아있는 상태로 판매되는 가축은 거의 검사하지 않고 판매하고 있으며, 도축된 경우 수분, 근 내 지방도(Marbling), 육색, 지방색, 조직감, 성숙도 등에 따라 육질상태(냄새만 안 나는 정도)만 구분하여 판매허가를 내어준다. 이정도의 검사도 종합시장에서만 진행되며, 기타 북한 도시와 농촌의 전 지역에서 진행되는 무질서한 도축에 대해서는 수수방관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진> 평양 중구시장에서 육질검사

출처: 화보 “조선”(2006년 9월호)


북한지역에서 도축업은 지역정부(도. 시(군) 등)의 허가를 받지 않게 되어 있다. 또한 식육의 포장처리, 축산물 보관 등은 그 어떤 허가제도도 존재하지 않으며 그에 따라 축산물 운반업과 판매업역시 신고제도가 없이 자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축산물 생산 증가를 위한 정부의 방침에 따른 자연발생적이고 비계획적인 개인부업축산의 증가는 시장의 수요에 대응하는 데는 효과가 있었지만 방역관리에 치명적인 결함을 내포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일부 국영축산기업을 제외한 협동농장공동축산과 개인부업축산은 도축제도뿐 아니라 도축환경에서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현제 북한 전역의 모든 곳(강, 바다. 하천, 우물, 집 등)에서 비위생적인 자율도축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무질서한 자율도축, 돼지와 고기, 고기부산물 등의 물질서한 이동, 무책임한 분변관리 등은 북한전역의 바이러스오염이라는 현실을 초래하고 있다.


꿀렁이는 여기까지 이야기 하고 좀 쉬자고 하였다. 나도 꿀렁이의 기분이 짐작이 되어 더 요구하지 않고 취재수첩을 접었다.


전문가👨‍⚕️: 낼 또 올게

꿀렁이🐖응, 또 봐


꿀렁이와 헤어져 돌아오면서 북한에서 수의방역전문가로 살면서 한 번도 도축환경이 열악하다는 생각을 못했다는 사실이 떠오르면서 깜짝 놀랐다. 그리고 한국에 온 초기에 전문화되고 제도화된 도축환경을 보여 많아 놀라던 생각이 난다. 


북한의 열악한 도축환경은 ASF 등 가축질병의 방지에 결정적인 걸림돌이 되고 있으며 북한지역에서의 여러 가지 가축질병의 확산은 한반도 축산안보에 위험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오늘날 우한 바이러스로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19사태는 바이러스의 피해는 지역과 나라에만 극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북한지역에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정착되어 토착화되고 각종 인수공통성 질병이 만연하는 경우 한반도 국민의 건강과 경제에 미치는 후과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북한이 가축질병방역에 실패한 상태에서 북한만의 방역유지를 핵심적인 방역전략으로 대응하는 경우, 한반도에서 가축질병 유입가능성은 계속 높아질 것이다. 향후 ASF의 완전한 퇴치와 각종전염성질병 유입을 막기 위하여 가장 중요한 것은 공동방역이다. “종이장도 함께 들면 가볍다.”1)는 말이 있다. 북한이 이데올로기적인 편협하고 시대착오적인 사고에 벗어나 가축질병 방역에 협력하는 것이 “이밥에 고깃국을 먹는 꿈이 실현되는 날”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1)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의 북한 속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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