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파머스 리포트][굿파머스 리포트 16호] 굿삐의 북한취재 2편: 굿삐의 첫 소식

2020-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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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 소장



안녕하세요? 굿삐가 첫 소식을 전합니다. 굿파머스 회장님, 모든 분들 잘 계시죠? 저도 건강하게 잘 있습니다. 처음 오는 곳이지만 어째서인지 친근감이 들어 외롭지 않고 편하게 지내고 있어요. 

아무래도 북측에 들어선 첫 느낌을 먼저 전해야 할 것 같아요. 제가 직업상 동남아 여기저기를 여행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는데 이상스럽게도 북쪽에 들어서서 사람들을 만나면서 어떤 문화적, 인종적 이질감도 느껴지지 않은 것이 참 신기해요.

판문점에서 저를 맞이한 농업성과장님의 도움으로 다양한 심사를 마치고 개성시내로 들어서 개성사람들과 섞였는데 서울의 지하철을 빠져나온 것처럼 편안함과 함께 알 수 없는 동질감에 휩싸이는 것이 너무 좋았어요. 

얼핏 생각하면 그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하고 깊이 생각해 보면 잘 모르겠고 아무튼 이 생각, 저 느낌이 엇갈리는 그런 심정이에요

그럼 굿삐의 첫 보고를 보냅니다. 

1. 평양으로 가는 길 

평양으로 향한 개성-평양 고속도로 주변은 한산하였다. 가을이라 세상의 색이 서서히 변하고 있었다. 홍수와 태풍의 피해로 폐허처럼 보이는 산과 들에서 무엇이라도 건져보려고 서성거리는 농민들이 보인다. 파괴된 농장벌판의 여기 여기저기에 각종 구호와 붉은 깃발들이 보인다. 도로는 빗물과 함께 흘러내린 흙더미와 돌들이 널려져 있어 주의가 필요했다. 

3시간 남짓이 달려 평양근처에 도착하니 차와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말로 만 듣던 “10호 초소”다, 총을 메고 검열원 이라고 쓴 완장을 착용한 젊은 병사가 사람들의 신분을 확인하고 있었다. 굿파머스에서 북한 공부를 하며 평양 출입과정이 엄격하다는 것은 상식으로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체험해보니 가슴이 떨린다. 신분확인을 받는 사람들은 나이와 성별이 다양하다. 검열원의 할아버지뻘 되어 보이는 노인도 있고 엄마 같은 여성도 있었지만 무척이나 신경질적이었다. 대단한 범죄자를 잡아 나라를 구하려는 용사의 위용을 보는 듯했다. 누구든 무엇이든 저 사나움이 수그러들 때까지 모르는  척 참아야 한다. 신분확인을 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두려움이 몰려왔다. 조상도 모른다는 북쪽 관료들의 횡포함을 이야기해 주면서, 그러니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하던 평안도 출신 선생님이 문득 생각났다. 항상 저럴까? 내 차례가 되어 내각 과장의 안내로 신분을 확인받고 타고 간 사륜 바이크를 신기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느끼면서 천천히 초소를 빠져나왔다. 

초소를 빠져나와 조금 달리니 통일거리가 보인다. 넓게 뻗은 도로에 다니는 차도 몇 대 없다. 시내에 들어서니 고층건물도 보이고 2개의 전선에 의지하고 달리는 무궤도 전차와 지축을 울릴 정도의 요란한 소리를 내며 달리는 궤도전차도 보인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꽤 많다는 느낌도 받고, 다들 마스크를 착용한 것으로 보아 여기도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권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늘색치마에 횐 셔츠를 받쳐 입은 여성경찰이 빙글빙글 돌면서 교통정리를 하는 모습을 눈에 담으며 만경대구역에 있는 닭 공장으로 향했다. 

 

2. 만경대 닭 공장에서

공장에 도착하자 그리 크지 않은 체구에 화장을 즐겨 하지 않는, 얼굴은 검게 그을었지만 건강미가 넘치는 중년의 여성이 마중 나와 있었다. 공장 가금실험실장이라고 자기를 소개한 그녀는 생각도 깊고, 말도 조리가 있었으며, 구김살이 없고 무엇보다도 얼굴이 맑고 밝았다. 


 <사진1> 만경대 닭 공장

반갑게 인사를 하고 소독과정을 거친 나는 공장 앞에 만들어진 대형 그림판으로 안내되었다. 여기서 약 20분정도 공장의 연혁에 대한 해설을 들어야 했다. 김일성이 평양시민들에게 계란을 먹이려고 공장건설을 발기하고 규모도 전국 1위라고 한다. 1년에 약 1억 개의 계란을 생산할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자랑하였다. 공장규모 선정방식이 특이하다고 생각을 하면서 공장을 돌아보았다.

평양시 만경대구역 칠골동에 있는 북한 최대의 닭고기와 계란생산 공장이다. 평양시 교외에 만경대 닭 공장은 1966년 10월 조업하였으며 부지면적이 483,245㎢ 5층으로 된 2개의 호동과 단층으로 된 50여개의 호동들, 부화실, 난포집장, 사료창고들이 있다.

공장은 백색 레그혼을 주품종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재미나는 사실은 백색 레그혼을 북쪽의 기후풍토에 적응시켜 그 이름을 “만경닭”으로 부르는 것이다. 레그혼의 원산지는 이탈리아 레그호른 지역이다. 학명은 Gallus gallus var. domesticus 이며 동물계 척삭동물 문, 조류 강, 닭목에 속하며 그 종수 가 12종이다. 무게는 수컷 2.5 kg, 암컷 1.8kg 이다. 


 

 

<사진 2> 백색 레그혼과 만경닭


공장에서는 토착미생물진흙먹이와 발효제, 단백곤충 등을 자체로 생산하여 사료단위를 낮추면서도 산란율 제고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수의방역사업은 공장에서 가장 큰 힘을 넣고 있는 분야이다. 위생초소를 비롯한 나름대로의 방역시설들을 꾸려놓고 항시적으로 깨끗한 환경을 보장하여 닭들과 병아리들이 전염병으로부터 피해를 입지 않도록 위생안전성을 철저히 담보하기 위한 노력이 엿보인다.

1996년 10월 개건 현대화된 공장은 다층성금우리, 종자 닭 사육장, 후보 닭(중닭)사육장, 병아리사육장, 부화실이 있는 생산건물, 대용먹이생산기지, 전염병 방지를 위한 고려약생산기지가 위치한 생산보조 건물, 후생시설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서 “사육장”을 “ 닭 우리”로 표시한다. 계란이라고 부르지 않고 닭 알이라고 부르는 것도 신기했다. 

공장에는 성금1·2직장, 후보1·2직장, 부화 직장, 3호 직장, 종금직장이 있어 평양시민들에게 닭고기와 계란을 공급하고 있다. 공장의 사육설비는 1인당 업무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기계화ㆍ자동화 돼 있으며 부화실은 자동화ㆍ반자동화돼 있어 한 번에 수십만 마리를 부화시킬 수 있다. 5개 호동이 전산화 되어 있으며, 컴퓨터 종합실에서는 계란생산과 온도보장, 습도조절 등 생산 공정들을 컴퓨터로 조종이 가능하다. 안내자는 2001년 계란창고, 배합먹이창고건설, 사육장 축조 공사를 마쳤으며, 2013년에는 공장에 보일러와 배양탱크를 제작하고, 배합사료 발효시설건설을 완료하였으며, 단백사료생산 기지 건설을 추진한바 있다고 하였다.

 

<사진 3> 만경대 닭 공장 일부

친근하고 따스한 안내를 받으며 공장의 여기저기를 돌아보았다. 5단 케이지의 좁은 상자에서 열심히 모이를 먹는 닭들과, 케이지에 올라갈 준비를 하는 후보 병아리들, 흰색 작업복을 입은 여성노동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인터뷰를 하고 싶었지만 처음이라 참았다. 농업성 과장님 눈치도 보인다. 공장을 돌아보면서 드는 전체적인 느낌은 생산에 참여하는 닭의 마릿수가 적다는 것이다. 김 실장님도 제일 어려운 점은 사료라고 했다. 사료비 절감이 현재 공장의 최대과제라고 하면서 속상해하였다. 설비현대화, 품종개량도 과제로 나서고 있다.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것이 사료와 품종개량이다. 시작은 가벼웠지만 마무리는 무거워짐이 느껴진다. 


다음은 어디로 갈까? 스케줄을 내 마음대로 짤 수 없다. 내각 농업성과 국가보위부의 승인이 떨어진 곳만 볼 수 있다. 그나마 현장을 보여주는 것은 북녘의 축산발전에 호의적인 관심을 가진 단체로 인정을 받은 굿파머스의 취재원이라서 가능하단다. 

고맙기도 하고, 다행하기도 한 미묘한 느낌을 받으며 숙소로 향했다. 다음 이야기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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