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파머스 리포트][굿파머스 리포트 5호] 북한 소 이야기 3: 북한 소는 빈부귀천을 타고난다?

2019-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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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아가 소에게 따뜻한 대접도 받고, 가슴에 품고 있던 이야기를 하는 재미에 누렁이는 반장동무에게 맞을 각오를 하고 좀 더 있기로 했다. 

새 각시처럼 걷는 아가야의 예쁜 걸음새와 친 오빠처럼 대해주는 친근함에 반한 것 같기도 하다.

누렁이는 아가 소의 동네에서 사람들이 소고기를 좋아하고 심지어 누구나 다 먹을 수 있다는 사실에 그렇지 않아도 큰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놀랐다고 한다.


누렁이의 눈이 거의 튀어나왔다.


그리고 슬픔에 잠겨 윗동네 이야기를 계속하였다.



정부와 군에 등록된 누렁이와 형제들


누렁이🐂: 내가 알기로는 1950년대 말, 사회주의 정책을 지향하는 농업협동화1)가 진행되기 전까지 우리 동네 소들도 개인의 소유로 일도 하고 시장에 나가 팔리기도 하면서 비교적 편하게 살았어. 사람들도 시장에서 돈을 주면 소고기도 먹을 수 있었다고 해. 하지만 온 마을이 함께 일하고 똑같이 나누어 먹어야 하는 농업협동화 이후 사정은 변화 됐어…



북한의 농업협동화로 북한 소가 처한 사정은 180도 바뀌었다고한다.(사진출처)


누렁이의 동네에서 경제난으로 아무것도 없는 빈털터리가 된 농촌의 협동화는 노동력의 협동이었다. 변변한 트랙터 1대도 없고, 장정의 일손이 부족한 모든 협동농장에서 소는 그야말로 큰 재산으로 되었다. 소 한 마리가 10~20명의 장정을 대신하니 금 보다 귀한 것이 소라고 한다. 정부는 현존하는 모든 소들을 등록하고 마음대로 처분하지 못하게 통제하고있고 소의 소유권이 장악되어 있다. 모든 소들이 어설프게 만들어진 농산작업반 가설물로 이동하여 공동생활을 하고 있다.


누렁이네 동네에서 모든 소들과 태어나는 송아지들은 정부의 장부에 등록되고 중도에 죽으면 부검을 받아야 한다. 살아있거나 죽은 모든 소의 처리는 국가기관의 해당부서에서 엄격하게 관리한다.


뿐만 아니라 누렁이네 동네에서 소는 군부예비역으로 등록이 된다. 누렁이의 선조들이 한국전쟁 때 전장에 포탄과 식량을 운반한 공로가 크게 평가되어, 다시 전쟁이 일어나면 군수물자 운반을 책임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출생하면 바로 군부에 “4호 물자”로 등록이 되고 죽어서 나갈 때는 군수기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어리석은 일부 사람들이 사정을 모르고 소를 잡아먹다가 총알까지 먹었다.


북쪽 우사(牛舍) 현황으로 본 빈부귀천

아가는 물었다.


아가🐄: 아까 이야기 하면서 어설픈 소우리라고 하던데 어느 정도니?


누렁이는 우울한 감정을 감추지 않으면서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누렁이🐂: ...음. 내가 오늘 본 너희 우리하고는 달라도 한참 다르지... 북쪽은 그냥 나무기둥 몇 개에 볏짚으로 하늘을 대충 가려놓고 찬바람이 엄청 들어와. 옛날 사람들이 ‘바늘구멍으로 황소바람 들어온다.’고 허면서 우사에 짚과 흙으로 찬바람이 못 들어오게 조심 했다지만 지금은 그냥 황소구멍으로 코끼리 바람이 들어와. 가끔씩은 소가 털가죽으로 몸을 가리고 있는 것이 참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어.


코끼리 바람이 들어온다는 북한의 우사



누렁이🐂: 아가야 너 북쪽의 소들에게도 빈부귀천(貧富貴千)이 있다는 것 모르지?

아가🐄: 내가 어떻게 알겠니? 근데 그래 봐야 소지 빈부귀천이 있다는 것은 또 뭐냐?



아가는 신기한 표정을 지으며 누렁이이의 입을 주시했다.



누렁이🐂: ...음. 북쪽의 소들 중 정말 좋은 집에서 귀한 대접을 받는 애들이 있어. 걔들은 일도 하지 않고, 좋은 집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호강하고 있지. 북쪽의 평안남도 안주지방에 운곡목장이라는 종합 축산 목장이 있는데 거기 소들은 정말 귀한 대접을 받는다고 해.

운곡목장 우사

누렁이🐂: 이전에 경영위원회 축산과장이 우리 농장에 우사 상태 검열 왔다가 하는 말을 들었는데 거기 소들은 우리하고 태생이 다르다나? 네덜란드, 스페인 등 외국에 엄마 아빠가 있는데 덩치도 크고, 우사는 시멘트집인데 우리 작업반장 집보다 더 좋대. 소가 사는 집인데 색도 이뿐 것만 골라 바르고 유리로 창을 달고, 전기로 난방을 해주어 겨울에도 여름처럼 지낸다고 해. 난 처음엔 축산과장이 술 마시고 미친 소리를 하나 했는데 표정을 보니 사실인 것 같더라. 하루만이라고 그런데서 살았으면 당장 죽어도 좋은데... 알고 보니 거기 있는 소들은 코뚜레2)도 안하고 산다니 얼마나 편할까? 정말 생각만 해도 부럽다. 우리는 소는 당연히 코뚜레를 해야 하겠거니 하는데...안 해도 된다니... 참...



코뚜레를 한 소




안주운곡목장은...

 

안주운곡목장은 평안남도 안주시 운곡지구에 있는 북한에서도 제일 큰 종합목장이다. 목장의 면적은 한 개 군의 규모인데 주변은 ‘마두산’과 ‘상산’, ‘송암산’과 ‘추암산’으로 사방이 병풍처럼 둘러막혀 외부인의 출입이 불허되어 있다.

 

천혜의 자연 지리적 환경으로 하여 1970년대부터 김일성의 가족과 고위층 간부들에게 고기와 알, 우유를 생산해 공급하는 ‘운곡목장’이 건설되어 지금까지 작동하고 있다. 운곡지구는 위치적으로 평안남도 안주에 속해 있지만 행정적으로는 평양시 중구역에 소속돼 목장 내에 거주하는 모든 농민들은 평양시 <수도시민권>을 가지고 있다. 그런 만큼 이곳 주민들은 수도시민들과 꼭 같은 대우를 받고 있다. 이곳 목장에서 기르는 짐승들은 북한 인민들은 물론 잘 사는 나라의 축산전문가들도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좋은 대접을 받으며 사육되고 있다. 



누렁이의 북한소 이야기 3편 마침(다음편에 계속...)


1) 농업협동화(農業協同化)는 1953년~1958년까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 추진된 농촌경리의 사회주의적 협동화를 말한다.(출처)

2) 소가 사람의 의지에 무조건 복종을 위하여 송아지시기에 코의 사이 막을 뚫고 손가락 굵기의 나무기자를 둥글게 만들어 소에 코에 달아 놓고 줄을 연결시킨 부림 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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